8/24 (월) 약속
저녁스케치
2015.08.24
조회 506



그대 사랑하는 동안
부탁한 말은 하나뿐이다

처음 잔을 부딪쳐 별을 떨구며
약속한 말도 오직 하나뿐이다

"뒷모습을 보이지 말기로 하자"

희미한 가로등 아래 몸부림치며
눈이 내릴 때
밑뿌리 들린 겨울나무처럼

어쩌면, 메마른 갯벌에 나뒹구는
한 줌 바람처럼

뒷모습은 슬프고 쓸쓸하였다

사랑은 끝이 있음을 이미 알지만
어느 날, 너와 나
뒷모습을 보이지 말기로 하자

그대 눈동자 속을 흐르는
천년의 수심 속으로

잎이 지듯 노을이 지듯
그냥 그렇게 지기로 하자




문정희 시인의 <약속>이란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시인은,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을 많이 본 사람인 거 같아요.
그만큼..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아닐까.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헤어져 돌아선 후에도 한참을 바라보고.
때론 영영 헤어져도
그 뒷모습 잊지 못해 오래도록 아파하곤 하지요.
그 뒷모습,
보지도 보이지도 말자, 약속을 해 놓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