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목)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저녁스케치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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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 세탁소의 아가씨는
옷 수선을 아주 잘하죠
헐겁거나 꽉 조이는 바지들을
감쪽같은 맞춤복으로 고쳐놓지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음미하듯
나는 그 옷을 입어요

솔벤트 내음 가득한 세탁소에 가면
그녀는 하얀 치아를 살짝 보이며 말하곤 하죠
세상을 떠돌다 돌아온 옷들에게
나는 많은 걸 배운답니다
그들에겐 새 옷이 지닌 오만과 편견이 없지요
더러움의 끝에서 다시 순백의 빛을 보았으니까요

그녀의 세탁소에 갈 때면
그래요, 그녀의 세탁소에 갈 때면
난 그녀의 손길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꿈꾸어요
어둠의 꿈에서 다시금 흰눈처럼 빛나는
옷들의 영혼을 꿈꾸어요



유하님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란 글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골목 어디에도,
저런 세탁소가 하나 있었음.. 참 좋겠습니다.
묵은 때를 씻어주듯,
마음의 때까지 말갛게 씻어주고,
바짓단을 다듬듯,
복잡하던 마음까지 가지런히 다듬어주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잠시 멈춰 서
얼룩지고 뭉친 나의 하루도 다듬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