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토) 커피 가는 시간
저녁스케치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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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
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단 한 구절의 성경도
단 한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
성자처럼 흰옷을 입고
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
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문정희 시인의 <커피 가는 시간>이란 글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데 관계 없는,
그 “쓸데 없는것” 들이,
실은 우리의 삶을 정말, 윤택하게 하는 것들일 겁니다.
한 줄의 시,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한여름의 매미 소리와
늦여름의 매미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귀 같은...
그런 것들.
어느덧 돈과 속도가 최고의 가차가 된 세상.
잠시 멈춰 서서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