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좋아하는 이유, 싫어하는 이유
저녁스케치
2015.08.31
조회 581
요즘 아주 인기죠,
영화 <베테랑>의 두 감독,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도 14년 동안 호흡을 맞춘 단짝인데요
근데 인터뷰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한 사람은 “액션의 합”을 중시하구요
다른 한 감독은 “분위기”를 우선하구요,
결국 너~무 안 맞아서, 매번 한 영화를 끝날 때마다,
“다음엔 다시 하나 봐라...”
화를 삭혔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토록 다른 두 사람을,
오랫동안 붙잡아 준 비결은 뭘까.
역석적이게도 바로 그 “서로 다름”이었습니다.
티격태격 다투다 보면
내 눈엔 안 보이던 내 단점들을 보게 되고,
자연스레 중심을 잡아가게 되더라는 거지요.
결혼 생활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처음 사귈 땐,
나와는 다른 그 무언가가 엄청난 매력이 되죠.
난 조용한데 저 여자는 쾌활한 게 귀여워서.
난 수다스러운 데 저 남자는 과묵한 게 좋아서.
또는 친구가 많은 게 부러워서,
옷을 참 멋지게 입어서 -
하지만.. 웬걸요.
장점이 단점으로 바뀌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쾌활했던 여자는
잔소리꾼에다 수다쟁이로,
과묵한 남자는
속을 모르겠는 답답한 사람으로 전락하죠.
친구가 많아 좋았던 남편은
친구 밖에 모르는 무심한 남자로,
세련된 멋쟁이 아내는, 사치스러운 여자로 변해
비난의 화살을 맞곤 하는 걸요.
흔히 하는 말처럼,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한” 걸까요?
아니요. 내 시선이 바뀐 겁니다.
좋았던 바로 그 이유가, 싫은 이유가 된 것 뿐이죠.
남편이, 아내가 괜스레 미워질 때..
한번 쯤 돌아보세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바로 그 다름이,
실은 서로를 든든히 붙들어주고,
빛나게 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