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수) 누나야
저녁스케치
20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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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
다섯 살 어린 동생을 업고 마실 갔다가
땀 뻘뻘 흘리며 비탈길 산지기 오두막 찾아오던 참대처럼 야무진,
그러나 나와 더불어 산지기 딸인 누나야
국민학교 때
'코스모스 꽃잎에 톱날 박혀 있네
톱질하시던 아버지 모습 아련히 떠오르네'
동시를 지어 백일장에 장원한 누나야
나이팅게일이 되겠다고, 백의 천사가 되겠다고
간호대학에 간 누나야
졸업한 다음 시내 병원 다 뿌리치고 오지마을
무의촌 진료소장이 된 누나야
부임 첫날 다급한 소식 듣고 찾아간 곳 다름 아닌
냄새 나는 축사, 난산의 돼지 몸 푸는 날이었다고
다섯 마린지 여섯 마린지 돼지 새끼 받아내느라
혼났다던 스물두 살 누나야
못난 동생 시인 됐다고 그럴 줄 알았다고
머리 쓰다듬던 누나야
병든 엄마 병들었다고 누구보다 먼저 친정 달려와
링거병 꽂고 가는 양념딸 누나야
이제 곧 큰 길이 나고 사라진다는 고향마을 중고개에
아직도 나를 업고 가느라 깍지 낀 손에
파란 힘줄 돋는 누나야
세상의 모든 누나들을 따뜻한 별로 만든
나의 누나야



반칠환님의 <누나야>라는 시였습니다.




어린 남동생이 부르는 ‘누나야’- 란 말처럼,
세상에는 따뜻한 별같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큰누이, 큰언니, 큰오라버니.. 같이,
‘맏이’로 살아온 이름들.
이 저녁.. 그 따뜻한 이름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