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8 (토) 여름의 막중한 책무
저녁스케치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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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나 펄펄 끓어 넘친 열대야
입추 지나 뜸들이려니
물이 부족할성싶었는지
태풍으로 요란스럽게 벌충한 솥

가마솥에 밥 지어본 사람은 안다
소리와 냄새만으로도 솥이 얼마나 다급한가를
소댕이 쩌렁쩌렁 울게 미끄러뜨려 열고
물 반 바가지 솥 안벽에 휘둘러 뿌리고 닫아
솔가리 불 은근히 지펴 한소끔 끓어 넘치면 익는 밥

은행 밤 감 도토리 콩 수수 조 할 것 없이
늦둥이 벼 까지 싸잡아
성깔대로 익히려면
시간과 물 조절이 복잡할 수밖에

지짐대며 한 박자 쉬고 나면
상전인 하늘 입맛에 맞춰
본격적으로 단내 나게 삶아놓고 손 씻겠지
가을에게 맡긴 부지깽이 못 미더워 맴돌지라도



권오범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여름의 막중한 책무>



올해는 어찌나 여름이 펄펄 끓는지..
입추 지나고도
뜸을 들이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뜸이 잘 들어야
곡식도 잘 익고, 열매도 고운 색 더해 가겠지요.
마지막 뜸까지 잘 들고나면
곧 다가올,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