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다정한 여름
저녁스케치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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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는..
더위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든 한 주였지요.
연달아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햇살도 할퀴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한 요 며칠.
문득,
더위도 제법 다정했던,
여름의 낭만이 있던 풍경들이 그리워졌습니다.
추억 속의 여름은.. 지금처럼 사납지 않았어요.
우물이나 펌프가 있던 마당 한 켠.
차가운 펌프물 담긴 양동이에
수박이나 참외가 동동 떠 있던 풍경.
땀 흘려 일하고 와서는
차가운 수박 한 조각에 더위를 달래곤 했지요.
하루 종일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놀던 아이들도
늦은 오후면 수돗가로 몰려왔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아이들 등목을 시켜주셨죠.
등줄기에 하얗게 부서지던 물보라,
까만 얼굴에 하얀 이 드러내며 활짝 웃던
소년의 미소는, 청량한 물보라를 닮아 있었지요.
그러다 나른..해지면
대청마루에 누워 솔솔.. 부는 바람 맞으며
다디단 오수에 빠지기도 하고..
미루나무 꼭대기,
참매미 소리는 다정한 자장가가 되어 주었지요.
한동안 녹조로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
한강도 제법, 낭만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잘 가꿔져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6,70년대 한강은
결고운 하얀 백사장이 아름다웠어요.
휴일이면 삼삼오오
연인들, 가족들이 백사장에 나와 더위를 달래고
자기네들끼리 놀러 나온 개구쟁이 녀석들은
그냥, 속옷 차림으로 물장난을 치기도 했던 한강.
은모래 반짝이던 한강에서
조가비 모아 목걸이도 만들고,
지치도록 수영을 하며 놀았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여름도 좀, 순해질까요.
남은 8월에는 꼭 한번,
가까운 숲이나 계곡에라도 나가봐야겠어요.
그저 반나절 쯤.. 다른 거 없이,
숲길을 거닐고,
시리도록 차가운 계곡물에 발도 담가보고...
소박한 여유 속에,
소박하면서도 다정했던 옛 여름과 조우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