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6 (월) 봉숭아 꽃잎 돌절구
저녁스케치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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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고 잠시 둘러본 옛집
감잎 수북한 장독대에 작은 돌절구 하나 숨어 있다
경상도 사투리처럼 우둘투둘한 돌절구
서툰 솜씨가 파놓은 못생긴 얼굴
두 손바닥으로 받쳐 들고 보니
봉숭아 꽃잎 찧던 절구다
딸을 둔 아비가 틈날 때마다 파냈으리라
쌀보리도 콩도 아닌 봉숭아 꽃잎 찧으려
몇 날 며칠 공들여 파냈으리라
돌은 기꺼이 날 선 정을 맞았으리라
냇가에서 가장 둥글고 단단한 돌 골라 안고 오며
사투리보다 더 투박한 웃음
삼베 올 같은 웃음
검은 입술 위 흰 나비 되어 날아올랐으리라
웃음은 보조개가 되고 덧니가 되고
더러는 낮달이 되었으려니
분꽃도 과꽃도 없는 꽃밭 공이 없는 돌절구만 남아서
봉숭아 꽃물 아련한 그 마음 어루만지게 하느니
아득하여라, 여기 잠시 머물렀던
흰 나비들 도무지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장옥관님의 글이었습니다,
<봉숭아 꽃잎 돌절구>




봉숭아 찧는 절구..
생각만 해도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집니다.
봉숭아 물든 딸아이의
발그레한 손톱을 상상하며
정성 것 절구를 만들었을,
그 투박하면서도 깊은 아비의 사랑.
장독대 봉숭아 곱게 피던 여름날 풍경이..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