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수) 두부
저녁스케치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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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두부가 싫어졌다
두부만으로도 푸짐했던 시절은 갔다고들 한다
그러나 퇴근길에 두부 한 모 사들고 오면서
왠지 즐겁고 든든해지던 날들이 있었다
따뜻한 김이 나는 두부를
부서질까 조심스레 들고 와서
기름에 부쳐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고
으깨어 아기 입에도 넣어주었지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들 맘씨처럼
정에 약해 곧잘 부서져내리기도 하고
뜨거운 된장 속에서 가슴 부푸는
그런, 두부를 나도 모르게 잊고 살다니!
시장바닥에 좌판을 벌여놓은 아줌마
옆구리에 어린애를 끼고 앉아
김치에 날두부를 싸서 늦은 점심을 먹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오랜만에 두부 한 모 사들고 돌아온다
두부에게로 돌아온다



나희덕 시인의 <두부>라는 글이었습니다.



저녁 골목마다
딸랑딸랑 두부 장수 방울 소리 울리고.
두부 한 모면 푸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신기하고 맛있는 게 많아서,
정말 두부를 잊고 살았네요.
아니, 두부 하나로도 풍성했던,
정 많은 그 시절을... 잊고 살아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