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금) 어디에다 고개를 숙일까
저녁스케치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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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다가 고개를 숙일까
아침 이슬을 털며 논길을 걸어오는 농부에게
언 땅을 뚫고 돋아나는 쇠뜨기 풀에게
얼음 속에 박힌 지구의 눈 같은 개구리 알에게
길어나는 올챙이 다리에게
날마다 그 자리로 넘어가는 해와
뜨는 달과 별에게 그리고 캄캄한 밤에게
저절로 익어 툭 떨어지는 살구에게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둥그렇게 앉아 노는 동네 아이들에게
풀밭에 가만히 앉아 되새김하는 소에게
고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강물에게
호미를 쥔 우리 어머니의 흙 묻은 손에게
그 손 엄지손가락 둘째 마디 낮에 나온 반달 같은 흉터에게
날아가는 호랑나비와 흰나비와 제비와 딱새에게
저무는 날 홀로 술 마시고 취한 시인에게
눈을 끝까지 짊어지고 서 있는 등 굽은 낙락장송에게
날개 다친 새와 새 입에 물린 파란 벌레에게
비 오는 가을 저녁 오래된 산골 마을
뒷산에 서서 비를 다 맞는 느티나무에게

나는 고개 숙이리



김용택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어디에다 고개 숙일까>




찬란한 별 같은 삶을 동경하지만
세상의 더 많은 부분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일궈낸
평범한 존재들에 의해 움직이지요.
열심히 땀 흘리며,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당신.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