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마중
저녁스케치
2015.07.19
조회 523
누군가를 마중 나가 본 적이..
언제인 거 같으세요?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동구 밖까지 나오신 어머니,
그 언니, 오빠들 손에 들려있을 과자 꾸러미에 혹해
먼지 폴폴 날리는 신작로에서
좋~아라 기다리던 어린 것들...
또.. 신혼 시절, 한번 쯤 신랑 마중 나간 적... 있으시죠?
버스정류장에 미리 나가
언제 쯤 신랑이 오나... 버스를 세어보던 설레임,
마침내 남편이 내렸을 때 그 반가움,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그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돌아오던 길,
아이들이 어리면 또, 어린대로 좋았지요.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설렁설렁... 바쁠 거 없이 느긋~하게 걷는 여유는
마중 길에 얻어지는 소소한 기쁨이었어요.
하지만 어느새 길가에
빨간 우체통이 점점 사라져가듯이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느긋~하게 마중을 하는 풍경도, 참.. 드물어진 거 같습니다.
아마도.. 휴대폰 때문이겠지요.
실시간으로 금방 보고가 되니까..
굳이 “이 쯤 오려나~” 일찍 마중을 갈 필요도 없고.
비가 오는 날도 그래요.
예전엔 연락이 안 되니까.. 걱정이 돼서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우산을 들고 나간 적도 많은데..
요즘엔 워낙 물건도 흔하니까,
그냥 하나 사고 말지, 하는 분들이 더 많더라구요.
그래도 가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그리워지듯이,
지금도 문득, 마중을 나가고 싶어집니다.
언젠가 예고 없이, 마중 한번 나가 보시죠.
아니면...
“나 이쯤에 정류장에 도착하니까, 좀 나와~”
미리 예고하셔도 좋구요.
그렇게 오랜만에 슬쩍.. 팔짱도 껴보고.
다정하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콧노래도 부르면서요.
여름은.. 마중 나가기 참 좋은 계절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