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수) 그늘
저녁스케치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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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누나가 시골집에 늙은 부모 둘만 사는 것이
보기에 적적했는지
기르던 강아지를 차에 싣고 왔다
몇 달을 어르고 달래도 눈이 오목한 강아지는
제 머리를 주지 않아
늙은 부모는 보송보송한 머리통 한번 쓰다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문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냉이를 다듬는데
가랑이 사이로 강아지가 쑥, 기어들어오더라
에그머니나, 어머니 가슴이 미어지더라
데려온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하고 부르는 그 소리가 들렸다 한다
식구가 되기 위한 꼭 그만큼의 여물어진 시간과 눈짓,
오늘도 제 마음 다 준 강아지는 배를 걷어차여도
어머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고영민님의 <그늘>이란 글이었습니다.
식구가 되기 위해선,
친밀한 사이가 되기 위해선,
꼭 그만큼의 여물어진 시간과 눈짓, 그리고 마음이 필요하지요.
그걸 확신하기까지,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얼굴과 마음에 그늘이 드리워지곤 합니다.
혹시 주변에 그늘이 드리워진 사람은 없는지..
살펴주세요.
보시거든 조금만 더 마음을, 곁을, 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