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 (토) 누름돌
저녁스케치
2015.06.21
조회 548




살구 꽃등 아래서
어머니는 장독대 질항아리 뚜껑 열고
맛을 보며 화안이 웃으신다

애벌레가 혼자만의 침묵을 지내야 나비가 되듯
크고 작은 항아리 안에서
견딤의 긴 시간 동안 익고 있었던 것

처음엔 거칠고 낯설어도
덧정이 한데 섞여
가라앉고 부드러워지고 순해져
누군가 나를 열어보는 날
오래 오래 숙성한 마음 찬찬히 보라고
슬며시 속살을 내보인 것이다

어머니는 누름돌을 다루는 달인
김칫독에 예쁜 누름돌을 넣어
배추 저 혼자 설익지 않게 하였고
살림살이엔 마음의 누름돌을 운용하셨다

나도 내 몸 안에
거친 감성 어긋 나긋 뉘이고
누름돌로 지긋이 눌러
맛난 시 하나 곰삭혀 냈으면 싶다



김일곤님의 <누름돌>이란 글이었습니다.



누름돌로 꾹꾹 눌러주둣,
우리 마음에도 종종 누름돌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설익은 감정들일랑 지그..시 눌러봅니다.
그렇게 지그..시 눌러줄 때,
잘 익은 김장김치처럼
시원~한 맛이 될 수 있다는 걸..
옹기종기 다정한 장독대 앞에 서면 알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