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 (월) 나비
저녁스케치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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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다 닫혔다하며 날아다니는 소책자
세상에서 가장 얇은 전집
뫼비우스의 띠
표지도 서문도 추천사도 없는
표지가 곧 내용인
모두 읽었으나 누구도 읽은 적 없는 올봄의 신간
나보코프가 나비 채집상자로도 읽어내지 못한 신비의 책
읽으려들면 휘발해버리는 비밀의 금박문자
허공에 찍는 태양의 무늬
샵이나 플랫이 여럿 붙은 소리 없는 춤추는 악보
바람결에 흔들리는 돛단배, 몸보다 커다란 날개 속에 떨림을 감춘
무작정 떠나고 보는 탐험가, 태양광발전기도 배터리도 독침도 없이
배낭도 나침반도 향기지도도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허공의 조가비
부금도 펀드도 보험도 없이
가진 거라곤 빛의 씨실 날실로 짜여진 모슬린 모포 한 장
제 버거운 영혼에 두르고 다니는 홑겹 사리
너는 늘 네 일에 열중하지
와인소믈리에 커피바리스타 향수제조자도 부럽지만
너는 뚜쟁이 꽃가루 택배기사 꿀맛 감식가
긴 더듬이로 빛과 어둠 더듬으며
꿀샘 깊숙이 고사리햇순 같은 대롱을 꽂고
작은 몸 떨면서 숨은 꿀을 음미하지
허나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시선은 시멘트 담벼락 위 내려앉은
네 가느다란 다리에 머문다네
그리고 너무 작은 내 발 들여다보지 가까스로, 이 땅에 서 있는
박은율님의 <나비>란 글이었습니다.
“모두 읽었으나
누구도 읽은 적 없는 올 봄의 신간“이,
여름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지요? ^^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예요.
길어진 낮의 길이만큼이나,
아름다운 나비의 날갯짓에 눈길 머무는 -
그런 여유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