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 (수) 나는 자연을 쓰는 서기
저녁스케치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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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 나뭇잎이
바람소릴 달고 있다
저 소리 받아 적으면
바람경 될까
새소리 물소리 더 보태면
소리경 될까
나는 이 말이 무진장 좋다
바람 소리가 좋은 것처럼 좋다
세상의 소리 중에
저 소리만한 절창이 또 있을까
너 같았으면 벌써
한 소절 따라 불렀을 것인데
절필한 내 목소리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재창할 수 없나
살다가 비탈지면
한 두어 달 무심하다가
자연을 쓰는 서기나 되었으면
언어로 절 한 채 지었으면
천양희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나는 자연을 쓰는 서기(書記)>
많은 시인들이 말합니다.
그저 자연이 보여주는 대로,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더니
어느새 근사한 시가 되어 있더라구요.
여름에게도 한번 가만히 귀기울여보세요.
삭막한 우리 마음에도,
시인의 감성이 슬쩍, 묻어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