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금) 데칼코마니 - 아버지
저녁스케치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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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칭찬도 화를 내며 하셨다
전교 우등상을 받던 날
궐련을 물며 아버지는 혀를 차셨다
'노름판에 논밭뙈기 다 날리고
저것을 어찌 갈 켜. 먼 조화여'
눈보라에 빈 장독 홀로 울던 새벽
몰래 생솔가지로 군불을 때주시며
한숨이 구만 구천이던 아버지는
자식 사랑도 타박으로 하셨다
사립문 옆 헛청에 나뭇짐을 부리며
시침 떼듯 진달래를 건네주던 당신께
나의 숨김은 하나만은 아닌 듯하다
구들장 틈으로 새는 연기를 참으며
자는 척, 당신의 눈물을 본 것이요
탁한 아비가 된 나를 본 것이다
아직, 서슬 퍼런 지청구는 여전한데
여태껏 당신 속정까지는 닮지 못했다
김원식님의 글이었습니다, <데칼코마니 - 아버지>
겉으론 역정만 내고,
그 흔한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시지만
누구보다 속정 깊으신 우리의 아버지.
그 속정을 깨달을 즈음, 자식은 철이 들고,
그 깊은 속정까지 닮아가며...
아버지가 되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