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적당히 살기
저녁스케치
2015.06.28
조회 663
<적당히>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요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옷이 적당히 잘 맞네~”라든가
“날씨가 흐려서 나들이 가기 적당하겠네~” 같이,
뭔가 알맞은 경우를 뜻하구요,
또 이런 뜻도 있죠.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적당~히 해” 같이,
대충대충~이란 의미도 담겨 있죠.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요,
“적당할 수 있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적당히 마음 주고, 적당히 마음 받고,
적당할 때 물러나 상처도 적당~하게 받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날씨도 그래요.
적당하게 덥고
적당하게 비가 오는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죠.
‘엄마의 손맛’이란 대목에 다다르면
더 복잡해집니다.
엄마들에게 요리 비결을 물으면 십중팔구 이러시죠.
“글쎄다...
그냥 간장, 참기름 적당~히 넣고 조물거리면 되지..”
아 글쎄 - 그 ‘적당히~’가 어렵다니까요 ~ ^^
그러고 보면
삶에서 마주하는 적당히...란 말 속에는
사전에는 없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바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땀과 노력, 그리고 용기가 더해진 의미지요.
사랑 때문에 울어보고,
치열하게 사랑해본 사람만이
가장 적당한, 성숙한 사랑을 알게 되는 거구요.
치열하게 땀흘리며 실패를 딛고 일어난 사람만이,
가장 적당한 때, 가장 적당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거구요.
어머니의 손맛도 그래요.
그 ‘적당히’야 말로, 우리 어머니들,
오랜 세월 뜨거운 불 앞에서, 차가운 물에 손 담그며,
아침저녁 가족들 챙겨주는 정성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거..
적당히 살고 싶습니다.
“적당히 해~”,
대충 하는 그런 ‘가짜 적당’ 말구요,
진짜 적당할 줄 아는, 그런 삶의 고수가 되고 싶어요.
남은 올해의 후반전은, 그렇게 살아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