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월) 밥
저녁스케치
2015.06.30
조회 458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밥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 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 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 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의식인
밥 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 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신지혜님의 <밥>이란 글이었습니다.




"밥은 먹었니?“,
”식사 하셨어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밥’으로 안부를 묻고,
‘밥’으로 인사하는 민족도 없을 거 같습니다.
한 그릇 찰지고 따뜻한 밥처럼,
그만큼, 정 깊은 사람들이기 때문, 아닐까요.
저녁밥은 다 드셨어요?
우리도 서로, 안부 묻고 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