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화) 지구
저녁스케치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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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호텔에서 지구를 보면
우편엽서 한 장 같다.
나뭇잎 한 장 같다.
훅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별이
아직은 은하계의 오아시스인 모양이다.
우주의 샘물인 모양이다.
지구 여관에 깃들어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만원이다.
방이 없어 떠나는 새· 나무· 파도· 두꺼비· 호랑이· 표범·
돌고래· 청개구리· 콩새· 사탕단풍나무·
바람꽃· 무지개· 우렁이· 가재· 반딧불이…… 많기도 하다.
달 호텔 테라스에서 턱을 괴고 쳐다본 지구는
쓸 수 있는 말만 적을 수 있는 엽서 한 잎 같다



박용하님의 <지구>라는 글이었습니다.




유난히 사람들 때문에 맘 상하고,
세상살이에 지치는 날.
한번.. 지그시 눈을 감아 봅니다.
그리고 저 멀리 -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상상해 보는 거예요.
나도, 고민도, 아니 우리의 생 전체가 작아진 기분..
느껴지시나요?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못내 아쉬운 것들, 서운한 것들, 툭툭 털어 내보시죠.
대신, 오늘 밤이 가기 전에 꼭 한번,
지구여관에 깃든 작은 목소리들에 귀기울여봤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