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3 (금) 대신 매를 맞고
저녁스케치
2015.07.03
조회 469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당신은 목에 너무 힘을 준다는 거 알아요?
시인이라 이거지요? 시인이라 이거지요?
마음이 한 움큼 뜯겨나가고
뉘우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뉘우치고 하루가 지나고
또 e-메일이 왔다
-어젯밤 술에 취해 방배동에서 모 시인과 다퉜는데
돌아와 그 시인에게 e-메일을 보낸다는 게
잘못 배달된 것 같네요. 죄송해서 어쩌지요?
평소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나도 답 메일을 이미 보낸 뒤였다
딸아이 피부약을 내 감기약인 줄 알고 먹고서
감기가 나은 적도 있다
대신 매맞고 뉘우친 마음의 자리 푸른 매 자국이 싱싱하다



복효근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대신 매를 맞고>





“프라시보 효과”..라고 하죠,
이 약의 효능이 있다.. 믿고 먹으면
정말, 몸이 나아지는 - 가짜 약의 진짜 같은 효과.
대신 맞은 인생의 매가,
조금은 불쾌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뜻밖의 효과를 보기도 한다는 거..
마음 뜨끔..하며 배워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