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지루할 틈이 필요해
저녁스케치
2015.07.06
조회 410
저도 그렇구요,
요즘 사람들, 이런 푸념 참 많이 하죠.
“아휴~ 너무 바빠 ~ 도무지 쉴 틈이 없어~”
그러게요. 뭐 그렇게 할 일들이 많은지..
일에, 사람에 떠밀려 하루가 지나버리고
때론 잠자리에서조차 남은 일들 생각에 심란해하고...
그런 우리들에게 “지루할 틈”이 있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겁니다.
무려 12년 동안
사막을 걸으며 삶의 의미를 찾은 프랑스의 작가,
블랑쉬 드 리슈몽은 <방랑자 선언>에서 이렇게 말해요.
“현대인은 시간을 길들이려다가 시간 안에 갇혀 버렸다.
이제 아이들은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먼 길을 갈 때도 창밖을 바라보며 꿈꾸지 않는다.
시간이 나면 영화나 게임처럼,
반드시 뭔가를 하면서 보낸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덕목인
지루함을 경험할 틈이 없다.“
정말.. 그렇지요?
“아 ~ 심심해 ~ 뭐 재밌는 거 없을까?”
지루할 때 이렇게 재밌는 꺼리도 찾고,
그러다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날 용기도 생기고 그러는 건데...
그 지루할 틈마저 우린 종종,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검색을 하고,
습관적으로 티브이 리모콘에 손을 뻗곤 하지요.
리슈몽은 다시 말합니다.
“나는 사막에서 지루함을 발견했다.
트럭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몇 시간이고 지평선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때,
모래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한 없이 긴 시간을 보낼 때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길을 걸을 수도, 시간이 빨리 가게 할 책이나 음악,
잡담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
그 시간들을 나는 꿈꾸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꼭 사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 “지루할 틈”을 주어보시죠.
처음엔 무지 어색하고 허둥지둥 뭔가
할 일을 찾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될 겁니다.
지루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인생의 미덕 중에 하나라는 걸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