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3 (수) 멋진 계획
저녁스케치
2024.01.03
조회 556

엄마, 우린 왜 집이 없고
맨날 주인아저씨네 집을 빌려서 사는 거야?
우리도 집 짓자
색칠은 내가 할게
엄마가 물감이랑 나무는 사 줘야 한다?
상쾌해진 엄마는 당장 그러마고 약속했어
이번만 이사하고 다음엔 꼭 집을 짓겠다고

엄마, 내 계획은 멋~져
숲속에 나무집 짓기
친구들과 밤 소풍 가기
별자리 찾기 시합
돌아와서 다 같이 자기
일어나서 샘물로 세수하고 학교 가기
어때, 멋지지?

어떤 밤엔 창을 열고
푸른 별과 별을 이어 손가락 그림을 그렸지
큰곰과 독수리와 거문고를
또 어떤 밤엔 흩어진 별들을 모아
작은 청거북과
깜순이가 낳은 강아지의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어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새처럼
가볍게 둥지를 짓고
아침마다 샘물로 세수하는 딸과
밤 소풍을 다녀와
다 같이 자는 아이들의 세상이
한사코 믿어져서
엄마의 인생은 물감처럼 고와지곤 했지

최은숙 시인의 <멋진 계획>


아랫목에 깔아둔 이불 속에서
온 가족이 발가락을 맞대고 곰지락곰지락,
저마다의 멋진 미래를 꿈꿨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내 방도 있고
더는 아랫목 쟁탈전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주 가끔씩은 가족들의 행복한 꿈을 이불 삼아
알콩달콩 살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