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4 (목) 새해의 기도
저녁스케치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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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 해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
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하게 해주세요
용서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지 않게 해주소서
무엇보다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정호승 시인의 <새해의 기도>
올 한해도 고통을 비켜 가길 바라기보단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기를,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연거푸 밀려와도
강인함과 인내로 견뎌낼 수 있기를,
그래서 한 해 끝에 섰을 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