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9 (화) 씻은 듯이 아물 날
저녁스케치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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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요.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요.

그때까지 난
끊임없이 그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살다 보면 더러
살 만한 날도 있겠지요.
상처받은 이 가슴쯤이야
씻은 듯이 아물 날도 있겠지요.

그때까지 난
함께 했던 순간들을 샅샅이 끄집어내어
내 가슴의 멍자욱들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대를 원망해서도 아니라
그대에 대해 영영
무감각해지기 위해서.

이정하 시인의 <씻은 듯이 아물 날>


눈물이 나면 실컷 울어요.
아프면 충분히 앓게 그냥 내버려 둬요.
이쯤이면 됐다고 마음이 말할 때까지.
시작이 있었으니 분명 끝도 있겠지요.
아파한 시간들이 추억이 될 만큼 무뎌지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도 아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