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7 (수) 바보와 멍청이
저녁스케치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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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한참 빠져 있을 때
나는 널 멍청이라 불렀고
너는 날 바보라 불렀지
우리 딴에는 애정 표현이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까
진짜로 바보와 멍청이었지 싶어
그토록 좋아했으면서
유치한 자존심을 내세우고
지독히도 사랑에 서툴러
서로가 어렵게만 생각했던
바보와 멍청이었지 싶어

원태연 시인의 <바보와 멍청이>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그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죠.
늘 나만 생각하고 내가 먼저였으면서
양보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고,
사랑에 눈먼 바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소중한 사람을 잃는 멍청이가 되기도 했어요.
그냥 맘껏 좋아하기만 하면 됐는데,
사랑 앞에선 자존심 따윈 아무 의미 없단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