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9 (금) 집으로 가는 길
저녁스케치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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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신경림 시인의 <집으로 가는 길>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는
불타는 노을에 던져 버려요.
두고두고 마음 쓰이는 일은
노을을 따라온 어둠에 묻고,
괜한 걱정들은
저녁 바람에 날려 보내요.
어깨의 짐과 욕심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천천히 마음을 비우다 보면,
원망과 미움도 조금씩 사라질 거예요.
집으로 가는 길엔 그렇게
가볍게 걸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