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0 (토) 가장 아름다운 사람
저녁스케치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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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카페에서 젊은 연인들이 마시는 커피보다
당신이 자판기에서 뽑아 준 커피가 더 향기롭습니다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보다
식사 후에 당신이 건네는 냉수 한 잔이 더 맛있습니다
모피코트를 입은 사모님보다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링을 입은 당신이 더 아름답습니다
갈비찜을 잘 만드는 일류 요리사보다
라면을 푸짐하게 끓이는 당신이 더 위대합니다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껴안는 젊은 연인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라며 도시락을 내미는 당신의 손이 더 뜨겁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값싸게 내뱉는 일회적 사랑보다
늘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짓는 당신이 더 영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나와 함께 늙어가는 당신입니다

김현태 시인의 산문집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中에서>


사랑한단 말을 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애틋하게 바라보지 않는다고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지도 말고요.

늘어난 흰 머리카락의 수만큼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하고,

그저 고맙기만 한데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그런 거니까.

달콤한 말보다 묵묵히 곁을 지키는 게
그 사람의 사랑법인 거, 이젠 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