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토)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저녁스케치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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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 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 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문태준님의 글이었습니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살구꽃이 지고 어느새
푸릇한, 어린 살구 열매를 맺는 초여름입니다.
그 사이.. 햇솜 같던 아이의 손도 여물어지고,
나뭇잎은 무성해진 모양을 자랑하고,
따뜻한 커피 자리에 아이스 커피가 대신하게 됐지요.
그동안 난... 얼마나 변했을까, 얼마나.. 자랐을까.
오월의 끝자락에 서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