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저물어 간다는 것은
저녁스케치
2015.06.01
조회 673


어느새 5월의 마지막 저녁을 맞이했어요.
오월의 마지막,
하루가 저물어가는 하오 7시,
“저물어 가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
문득, 나이가 든다는 건
이 저녁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때는.. 나이가 든다는 건..
많은 걸 잃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낮의 태양처럼 눈부신 매력을,
열정을, 건강을, 차례차례 잃어버리고
이제 그저 속절없이,
까마득히 저물어갈 밤을 맞이하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이 저녁의 풍경에 머물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낮처럼 뜨겁고 맹렬하진 않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이 저녁의 햇살은 아름답지요.
정오의 햇살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시선,
살가운 위로가 깃들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조금 멀리서 바라보되,
조금 더 따뜻하게 나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는,
한낮의 햇살 아래선 결코 느낄 수 없는 미덕이지요.
나이가 든다는 거.. 바로 그런 걸 겁니다.


빛바랜 햇살과 노을,
저녁의 순한 바람이 어우러지는 저녁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숨 가쁘게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고
착한 다짐을 하며,
세상 가장 외로운 이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지는..
그래요.
저물어가는 풍경 속에도, 이토록 많은 아름다움이 있는 걸요.


하루가, 한 계절이 저물어 가는 이 시간.
그만큼 우리의 나이에도 세월의 흔적이 더해지는 시간.
미국의 시인인 칼 윌슨 베이커의 아름다운 시로,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게 하소서
해야 할 좋은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 듯이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