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3 (수) 혼자라는 건
저녁스케치
2015.06.04
조회 622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
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최영미 시인의 글이었습니다, <혼자라는 건>
다른 건 다 혼자서 잘하는 사람도,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는 건 영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밥을 먹는다는 건,
아니 살아간다는 건,
누군가 마주할 사람이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겠지요.
마주한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미우나 고우나, 고마운 내 사람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