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4 (목) 발을 씻으며
저녁스케치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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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
발가락 사이 하루치의 모욕과 수치가
둥둥 물 위에 떠오른다
마음이 끄는대로 움직여 왔던 발이
마음 꾸짖는 것을 듣는다
정작 가야 할 곳 가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 기웃거린
하루의 소모를 발은 불평하는 것이다
그렇다 지난날 나는 지나치게 발을 혹사시켰다
집착이란 참으로 형벌과 같은 것이다
마음의 텅 빈 구멍 탓으로
발의 수고에는 등한했던 것이다
나의 모든 비리를 기억하고 있는 발은 이제
마음을 버리고 싶은 가보다
걸핏하면 넘어져 마음 상하게 한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으며
부은 발등의 불만 안쓰럽게 쓰다듬는다
이재무 시인의 글이었어요, <발을 씻으며>
늦은 저녁, 발을 씻으며, 분주했던 하루도 씻어봅니다.
묵묵히 제 길 가는 발은 무시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 쫒아,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 따라,
바쁘게 지나온 건 아닌가.. 싶으시죠.
이제는.. 발의 수고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발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