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6 (토) 쌀밥
저녁스케치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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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지었다고 다 쌀밥이 아니지
비결은, 쌀에게 자연의 기억을 회복시켜야 해
마른 쌀을 찬물에 한 시간쯤 담가
허수아비 춤추던 들판을 불러들여 봐
쌀눈이 빠지지 않도록 살살 씻어
솥에 붓고 손등까지 물을 채우면
발목이 물에 잠긴 벼처럼 일어날 거야
센 불에서 끓여야만
달아오른 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땡볕에 땀 흘리듯 익어갈 테니
불끄기 전, 약한 불로 뜸 들여 주면
황금들녘의 벼처럼 순하게 돼
솥뚜껑 열어 김 올라오면 잠시 눈을 감아봐
밥을 풀 땐, 주걱으로 공기를 섞어 담아야
쌀 중심에서 나온 땀의 쓴맛도
고향이야기 모락이는 입안에서 고소한
자르르 윤기 흐르는 쌀밥
김필영 시인의 시집, <시로 맛보는 한식> 중에서
<쌀밥>이었습니다.
쌀 한톨에도
이토록 많은 정성과 손길, 이야기가 있는 줄, 미처 몰랐네요.
바람과 흙, 햇살, 비 -
거기에 여든 여덟 번의 농부의 손길이 더해져
한 끼의 허기를 채워주는 밥.
삶의 허기 이상의,
마음의 허기까지 든든히 채워주는, 고마운 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