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한 마디
저녁스케치
2015.06.08
조회 612



가끔은, 아주 짧은 말이나 글이, 큰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떻게 지내? 그냥 생각나서..”
문득 걸려온 친구의 전화 한 통.
“오늘도 홧팅!”
누군가 내 책상에 장난스럽게 붙여놓은 쪽지 한 장.
혹은 미사여구 하나 없이
자식 걱정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짧은 편지 한 통 같은,
그런 것들 말이죠.

미국의 평범한 아빠인 가스 캘러헌도 그랬습니다.
자상한 아빠였던 그는,
딸인 엠마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도시락을 싸주면서 냅킨에다 가끔 글귀를 적어서 주곤 했지요.
처음엔 그저 “사랑해”, “오늘도 좋은 하루!” 같은
평범한 말들이었는데,
어느 날 가스가 암 선고를 받으면서
‘냅킨 쪽지’의 의미는 남달라집니다.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아있을 확률이
8% 밖에 안 된다는 절망적인 선고에,
아버지는 문득, 냅킨 쪽지를 생각해내지요.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꼭,
딸아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얘길 들려줘야겠다.. 결심을 합니다.

“사랑하는 엠마에게,
이번 주는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주였어.
하지만 우린 지지 않았어. 웃음을 잃지 않았으니까. - 아빠가“

“사랑하는 엠마, 언젠가 정글짐에 올라갔을 때
콜린이 ‘내가 구해줄게, 엠마!’라고 외치자
‘나는 내가 구할 거야!’라고 말하던 네 모습을 기억하니?
그런 사람이 되어주렴. 너답게 용감하게. - 아빠가“

그리고 아빠는, 딸에게 이런 말도 적어주지요.
“사랑하는 엠마에게
기적이 필요할 때마다 나는 네 눈을 바라본단다.“...

입 한번 닦고 버려질 냅킨 한 장은,
이렇게, 엠마의 가족들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작지만 큰 힘이 되어줍니다.
둘러봐도 좋은 소식 하나 없이,
힘든 일이 더 많은 요즘 -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작은 힘이 아닐까요.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시죠.
“우리 아들 힘들지, 힘 내”,
“여보, 당신 만든 시금치국이 최고야”,
“웃는 거야 딸, 파이팅 !”
출근길 , 주머니에 슬쩍 넣는 냅킨 한 장,
냉장고 문 앞에 붙여둔 쪽지 한 장이어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