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8 (금) 못 위의 잠
저녁스케치
20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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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 흙바람이 몰려 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희덕 시인의 글이었어요, <못 위의 잠>



맛있는 거, 좋은 거, 안온한 자리,
다 자식들에게 내어주고
때론 둥지 안에 들지도 못한 채,
가녀린 못 하나에 기대 잠을 청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란 이름의 사람들..
이 저녁.. 그 고맙고 애틋한 이름을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