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풀이 쓴 달력
저녁스케치
2015.05.11
조회 563


농촌에선 요즘, 모내기가 한창인데요
곱게 기른 모들을 정성스레 심고
찰랑찰랑.. 물 오른 논에서 어린 모들이 자라는 모습은,
누가 봐도 참 흐믓한 광경이지요.
한창 꽃이 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푸른 모들이 자라나는 걸 보니,
계절이 제법, 여름으로 기울어가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모내기는, 보통 언제 하면 가장 좋을까요?
요즘에야 워낙 여러 정보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풀 달력”이란 걸 보고 시기를 정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집집마다 달력이 없던 시절,
농부들은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걸 보고
무엇을 심고 가꿔야 할 지, 가늠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풀 달력에 따르면,
모내기를 하기 좋은 시기는요
“풋대추가 콧구멍에 들락날락..할 때”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추가 콧구멍에 들어갈 정도만큼 여물었을 때가,
모내기에 적기라는 거지요.
참... 맨 처음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 지,
상상만 해도 재밌지요.
그밖에도 풀 달력을 보면요, .
진달래가 보일 때 쯤이면 잎채소 씨앗을 심구요
복숭아꽃이 지고
조팝나무 꽃이 필 때에 콩을 심으면 좋구요
수박은 살구꽃이 필 때 심는 거라고 하네요.

주간 날씨 예보니, 월간 날씨 정보 없이도
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살피며
농사의 적기를 고를 줄 알았던 농부님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그 지혜를 배우고 싶은 요즘입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만 바라보지 마시구요,
온갖 숫자와 계획들로 가득한 다이어리도 잠시 미뤄두시구요,
한번.. “자연의 달력”을 바라봐 보시죠.
언제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어떤 열매가 맺힐 때 바람의 냄새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달은 언제 차고 기우는지...
그러다 보면
찰랑찰랑... 논물이 차오르듯,
메말랐던 우리 마음에도,
푸른 물이 차오르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