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월) 세수
저녁스케치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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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줄처럼 안마당을 가로질러
꽃밭 옆에서 세수를 합니다, 할머니는
먼저 마른 개밥 그릇에
물 한 모금 덜어주고
골진 얼굴 뽀득뽀득 닦습니다
수건 대신 치마 걷어 올려
마지막으로 눈물 찍어냅니다
이름도 뻔한 꽃들
그 세숫물 먹고 이름을 색칠하고
자두나무는 떫은 맛을 채워갑니다
얼마큼 맑게 살아야
내 땟국물로
하늘 가까이 푸른 열매를 매달고
땅 위, 꽃그늘을 적실 수 있을까요
이정록 님의 <세수> 라는 시였습니다.
문득, 얼굴은 매일 닦으면서,
마음의 얼굴은 얼마나 잘 닦고 있나.. 싶어집니다.
세수도 못한 얼굴에 때만 잔뜩 껴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의 세수도 부지런히 해야겠어요.
골진 얼굴 뽀득뽀득 닦은 물로
실한 나무 열매를 맺고, 꽃그늘도 적시듯,
우리 마음을 닦은 물로, 메마른 우리 삶도 자주 적셔줘야겠습니다.
향기롭고 고운 꽃 한송이 피어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