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마지막'의 함정
저녁스케치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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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은 <청개구리> 동화, 기억나시나요?
하지 말라, 하지 말라.. 하면 왠지 더 하고 싶은 심리.
근데.. 가만 보면 어른이 된 지금도,
청개구리 심리는 여전한 거 같습니다.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고,
가질 수 없다.. 싶으면 더 갖고 싶고..
그렇게 우린 종종 ‘마지막’이란 말에 속으며 살아가지요.
말하자면.. 이런 것들 말예요.
휴일 늦은 오후, 우연히 티브이를 켭니다.
근데 마침 홈쇼핑 쇼호스트가 이렇게 말하죠.
“이렇게 좋은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아, 매진 임박이네요!”
다음은.. 안 봐도 뻔하시죠. ^^
매진 임박, 마감,이란 말에 갑자기 귀가 쫑긋,
결국 별로 사고 싶지 않던 물건도 사게 되더라는 거지요.
또.. 이런 재밌는 심리 실험도 있네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초콜릿 네 개를 차례로 주며 맛을 평가해 달라고 합니다.
마침내 네 번째 초콜릿에 이르러서는 다른 말없이,
“이번이 마지막 초콜릿입니다” - 하며 초콜릿을 주지요.
그런데 결과가 참 재밌습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네 번째, 그러니까 “마지막” 초콜릿에 대해
두배 이상, 좋은 평가를 매겼다고 하네요.
실은, 맛에 큰 차이가 없는 초콜릿들인데도 말이죠.
그런데 더 이상한 건요,
이렇듯 사람들은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마지막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선 둔감하다는 거예요.
인생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만큼 자명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마지막을 망각한 사람들처럼,
아니, 꼭 나만 마지막을 맞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곤 하지요.
홈쇼핑 세일요? 더 좋은 기회, 반드시 옵니다.
마지막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도,
마지막 기회인 양 발 동동 굴렀던 기회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걸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삶에는 진짜, 마지막이 있다는 걸.
그러니 하루를 살아도
마지막인 양,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길..
그게 진짜,
마지막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 멋진 삶,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