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수) 몸
저녁스케치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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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고
살아야 할 사글세방 -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 줄 알았지
살다보니 그만 전셋집으로 바뀌더니
전세 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세 돈 빼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방세는 점점 오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당분간은 내가 신세져야 할
나의 집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고 닦아준다


나태주 시인의 <몸>이란 글어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내 집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꾸, 몸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여기 아프다, 저기 좀 봐줘라, 요구도 많아지고.
그러다 불현듯, 이제 나가라고 할까봐 겁도 나고...
그래도 살아온 정이 있으니까,
있는 날까진,
잘 닦고, 잘 보살피며 살아야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