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봄의 맛
저녁스케치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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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만 즐길 수 있는, 봄의 맛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음.. 목덜미에 따뜻한 햇살 받으며 봄나물 캐기,
돌 틈에 핀 민들레를 만나거든 반갑게 인사하기,
벚꽃잎 흩날리는 그늘 아래 하염없이 앉아 보기,
야들야들.. 여린 새 잎 만져보기,
라일락 향기에 흠뻑 취해 봄밤의 정취 즐기기,
팔랑팔랑, 하늘하늘, 색고운 스카프로 멋내기,
향긋한 달래무침에다 구수한 도다리 쑥국의 조화 같은..
그래요.
무엇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봄의 맛! 이지요.


그런데 이 모든 봄의 맛을 관통하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설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푸드 에세이
<부드러운 양상추>에서 봄의 맛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봄의 채소는 맛있다.
이파리가 모두 파릇파릇, 야들야들하고
완두콩도 달다.
‘햇’이란 접두어가 붙은 햇감자나 햇양파는
알이 굵지 않아도 싱그럽다.
특히 봄날의 해초들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먹거리다.
생미역은 그 싱그러움에 가슴 설레고
미역귀는 모양이 봄날의 꽃 같다고 할까,
설렘은 봄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라고 말이죠.


“햇”이란 접두어가 잘 어울리는, 봄의 맛.
첫사랑에도 맛이 있다면,
봄의 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사랑이 두고두고 평생의 추억이 되는 이유도,
이제 막 돋는 파릇파릇한 새 잎 같은 순수함, 풋풋함,
그리고 생의 봄날에
가장 먼저 마주한 설렘이 담뿍 들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이 흘러도 첫사랑의 설렘은 남듯이,
봄을 맞는 우리의 마음도 언제나 설레길 바랍니다.
봄의 맛을 더 많이 느끼면,
그 설렘도 더 오래 갈까요?
어깨에 살포시 나린 벚꽃잎들이,
문득, 가슴에 꽃같이 고운 파장으로 남는..
설레는 봄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