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목) 슬픈 고백
저녁스케치
2015.04.17
조회 561



진정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울어야 할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내내 궁리만 하다 1년을 보냈어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아도
기도의 향불을 피워 올려도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어도
2014년 4월 16일 그날
세월호에서 일어났던 비극은
갈수록 큰 배로 떠올라
우리 가슴속 깊은 바다에 가라앉질 못했네요

함께 울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함께 울지 못하고
잊지 않겠다 약속하고도 시시로 잊어버리는
우리의 무심한 건망증을 보며
아프게 슬프게 억울하게 떠난 이들은
노여운 눈빛으로 우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닐지
문득 부끄럽고 부끄러워
세월호 기사가 나오면 슬그머니 밀쳐두기도 했죠

오늘도 저 푸른 하늘은 말이 없고
여기 남아있는 지상의 우리들은
각자의 일에 빠져 타성에 젖고
적당히 무디어지는데…….
일주기가 된 오늘 하루만이라도
실컷 울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죄와 잘못을 참회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이기심과 무책임으로
죄 없이 희생된 세월호의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 승무원들과 일반 가족들
구조하러 들어가 목숨을 잃은 잠수부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면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요
미안하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잘못했다
두 주먹으로 가슴을 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끝나지 않는 슬픔이 그래도
의미 있는 옷을 입으려면
여기 남은 우리가
더 정직해지는 것
더 겸손하고 성실해지는 것
살아 있는 우리 모두 더 정신 차리고
다른 이를 먼저 배려하는 사랑을
배우고 또 실천하는 것
공동선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신뢰가 빛나는 나라를 만드는 것
나비를 닮은 노란 리본보다
더 환하고 오래가는 기도의 등불 하나
가슴 깊이 심어 놓는 것이 아닐까요

아아 오늘은 4월 16일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과 제비꽃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곱게 꽃문을 여는데
그들은 우리와 같이 봄꽃을 볼 수가 없네요
바다는 오늘도 푸르게 출렁이는데
물속에 가라앉은 님들은
더 이상 웃을 수가 없고
더 이상 아름다운 수평선을
우리와 함께 바라볼 수가 없네요
죽어서도 살아오는 수백 명의 얼굴들
우리 대신 희생된 가여운 넋들이여
부르면 부를수록
4월의 슬픈 꽃잎으로 부활하는 혼들이여
사계절 내내 파도처럼 달려오는
푸른빛 그리움, 하얀빛 슬픔을 기도로 봉헌하며
이렇게 슬픈 고백의 넋두리만 가득한
어리석은 추모를 용서하십시오, 앞으로도!



이해인 수녀님의 세월호 1주기 추모시 <슬픈 고백>이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으려면...
끝나지 않은 슬픔,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으려면..
그건 바로,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우리 어른들의 다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 깊이,
선한 다짐을 담은 기도의 등불 하나 켜는 -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