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세살배기 걸음으로 오는 봄
저녁스케치
2015.03.16
조회 640


어제, 오늘, 이제 정말 봄이구나.. 싶으시죠.
해마다 봄이 오길 소망하지만
어쩐지 봄의 걸음은 더디게만 느껴지는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온다’..고 표현하는데,
그렇다면 봄이 오는 걸음에도 ‘속도’가 있을까요?
있다면.. 얼마나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봄이 오는 속도는 약 시속 900미터라고 합니다.
어떻게 계산하냐구요? 방법은 이래요.
저 남녘 끝, 제주도에서 개나리며 벚꽃이 피면
보통 20일 정도 뒤에, 서울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지요.
제주도에서 서울까지의 직선거리는 440킬로미터,
이걸 20으로 나누면 하루에 22킬로미터 씩 북상하는 셈인데요,
하루에 22킬로미터 -
그러니까 한 시간에 약 900미터를 가는 속도가 되는 거지요.
이 걸음이면 흔히,
세 살배기 아가가 아장아장.. 걷는 걸음이라고 하죠.

아장아장.. 세 살배기의 걸음으로 오는 봄이라..
바쁨이 몸에 배어 있는 우리 어른들에겐
어쩌면 답답할 만큼 느린 걸음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봄과 동행하기엔 더 없이 좋은 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볼 것 많고, 느낄 건 더 많은 봄.
올 봄에는
봄의 속도에 맞춰
세 살배기 아가의 걸음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봄과 동행해 보시죠.

차를 타고 지나쳤던 곳이라면, 한번쯤 내려서, 걸어 보구요.
매일 다니는 길이라도
느린 걸음으로, 살짝 샛길로도 세 보고,
가끔은 진짜 세 살배기처럼,
꽃 한송이에 푹 빠져 가던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그렇게 말예요.

느린 걸음 속에 분명,
봄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훨씬,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