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6 (월)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저녁스케치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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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 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거지,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쓰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되면 그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면우님의 글이었습니다,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가끔은 삶을 단촐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삶이 단촐해지면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아니 잠깐 잊고 살았던 세상의 다른 문이 열리지요.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맑고도 단단한 기운 -
가끔은 창문을 닫고 안을 바라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