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밥, 어머니의 본능
저녁스케치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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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나 예전이나,
고향집 어머니께 전화를 걸면,
늘 하시는 첫마디가 있었어요. 바로
“밥은 먹고 다니니? 밥 잘 먹고 다녀라”.. 란 말이었죠.
그리고 어떤 얘기가 오가든, 끝은 또 똑같은 말로 끝나곤 합니다.
“밥 거르지 말고, 꼭꼭 챙겨 먹어라, 알았지?”..
그러고 보면 우리 어머님들의 밥 사랑은 유난하시죠.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으면
맨 처음 하시는 것도 뜨신 밥 지어 내오시는 거구.
아무리 배가 부르다고 해도
“남기면 정 없다, 조금만 더 먹으렴-”하시며
끝내 그릇 가득 채운 밥을 비워야 만족하시던 우리 어머니.

밥 한 그릇에 담긴 자식 사랑은,
김진경 시인의 <이팝나무 꽃 피웠다>란 시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모습을, 시인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어요.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밥을 차려주려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신다.
마지막 밥 한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 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모여 있는 자식들을 보니 어머니는, 밥을 차려주고 싶으셨던 걸까요.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라도
자식들 속 든든히 채우고
근심어린 얼굴, 말끔하게 지워주고 싶은 마음,
그건 아마도
내 새끼 목으로 젖 넘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기쁘고,
평생 뜨거운 밥으로 자식들 배를 채우는 게 기쁨이셨던,
어머니의 본능이었을 겁니다.

그 어머니의 본능은, 올 설에도 빛을 발합니다.
설을 맞아 장을 보시는 주부님들,
경기도 안 좋고, 지갑도 얇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처럼 손이 작아지진 않으시죠. ^^
“도라지 무침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건데..” 하며 챙기구,
“막둥이 휴가 나오는데 갈비는 먹여야지...” 하며 또 넣구..

설을 앞둔 이 저녁.
뜨겁게 갓지어낸, 어머니의 한 그릇 밥이 그립습니다.
허기진 세상,
허기진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주셨던,
그 따뜻한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