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6 (목) 오래된 구두
저녁스케치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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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끌고 가는 상념을 따라
오래된 구두 뒤축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삶의 질곡에 밤과 낮
자갈길도 휘어진 비탈길도
묵묵히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
언제부터인가 살갗이 갈라지며
답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칭얼거려도 무시당하는 것이
없는 놈이 팔자라며 타이르고
비오는 날 발끝을 세워도
질퍽한 양말 울음 앞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앙다물고
손가락 헤아리며 날짜를 잡았지만
쉬 지켜지지 않는 신음소리
지친영혼 선술집 찾아들어
행여 누가 볼세라 구석진 자리
감추어보는 내 안에 근심
닳아빠진 구두 뒷굽 속에 들어앉은 사내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박천서님의 <오래된 구두>란 글이었습니다.
뒤축은 다 닳아 없어지고
앞코마저 벌어져 신음 소리를 내는 - 오래된 구두.
가끔은, 그런 낡은 구두가,
꼭 나 자신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
어느 날은 남 몰래,
네 구두코에 뜨거운 눈물 떨군 날도 있었지..
낡은 구두 같은 인생을 가만히.. 어루만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