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수) 함박눈
저녁스케치
2015.01.22
조회 513



아무 때나
함박눈이 왔음 좋겠다
그래서 강아지처럼
철부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 뜻 없이
긴 겨울나무 사이로 떠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홀로
하얀 발자국이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
모두 사랑하는 사람
저 먼 겨울 끝에 서서
나를 반겨주었으면 좋겠다.
그래 그럼
그렇구말구
서로서로 야윈 등 두드리며
함빡 울어봤으면 좋겠다.
펑펑 함박눈처럼 울어봤으면 좋겠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너무 아파
너무 슬퍼
너무 가난해
 
이 모든 것
함박눈 펑펑 내려
하얗게 하얗게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천치 같이
그런,
 
하얀 눈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최돈선님의 <함박눈>이란 글이었습니다.



곧 눈이라도 올 것 같이, 밤하늘이 잔뜩 흐려 있지요.
밤 사이 눈 소식도 들려오던데요
그래요.
까만 밤하늘에 하얀 폭죽이 펑펑 터지듯,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거, 슬픈 거, 다 지우며 -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로 나릴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