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목) 아버지의 귀로
저녁스케치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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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 노을이 물들면
흔들리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리어커꾼의 거치른 손길 위에도
부드러운 노을이 물들면
하루의 난간에
목마른 입술이 타고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또한 애인이 된다는 것,
무너져가는 노을 같은 가슴을 안고
그 어느 귀로에 서는
가난한 아버지는 어질기만 하다.
까칠한 주름살에도
부드러운 석양의 입김이 어리우고,
상사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그러나 그 아들딸 앞에선
그 어느 대통령보다 위대하다!
아부도 아첨도 통하지 않는
또 하나의 왕국
주류와 비주류
여당과 야당도 없이
아들은 아버지의 발가락을 닮았다.
한줄기 주름살마저
보랏빛 미소로 바뀌는 시간,
수염 까칠한 볼을 하고
그 어느 차창에 흔들리면
시장기처럼 밀려오는 저녁 노을!
무너져가는 가슴을 안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오는
그 어느 아버지의 가슴 속엔
시방
따뜻한 핏줄기가 출렁이고 있다.
문병란님의 <아버지의 귀로>란 글이었습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하루의 시름을 잊고,
거칠던 마음도 한결, 어질어집니다.
머루처럼 까만 눈동자의 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오는 길..
아버지의 얼굴에도 노을 같은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