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월) 옹기전에서
저녁스케치
2015.01.26
조회 420


나는 웬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 그릇 굽는다는
옹기점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잘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섰다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 보다는 차라리
실패한 것을 택하니



정희성님의 글이었어요, <옹기전에서>



그럴 때가 있어요.
흠결 없이, 야무지게 예쁜 것보다
어딘가 좀 부족하고, 빈 구석이 있는 것 같은 것들에
더 마음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아마도 우리 모두 부족한,
빈 구석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좀 부족한 듯 살 때,
넉넉한 웃음 짓고 살 수 있는 거라고..
투박한 옹기가 말해주는 듯 해요.
가끔은
남들 다 야무진 거 골라가고 남은 거 고르는..
어수룩한 사람도 있는 거라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