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금) 아무도 없는 저녁을 위하여
저녁스케치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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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둥근 손잡이를 누른다
그리고 왼쪽으로 천천히 돌리면
프로판 가스를 밀어올리며 당겨지는 생각들
위에 올려진 인덕션 냄비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수도꼭지에서 뽑아낸 적당한 분량의 시간은
뜨거운 바닥에서 하나둘 기억의 공기방울을 만들고 있다
젖은 기억들이 바닥을 떠나 물의 표면으로 뛰어오른다
무수한 기억의 입들이 보인다

이쯤에서 토막친 물 좋은 오늘을 집어넣는다
어슷 썰은 푸른 기대도 한웅큼
베란다 너머 자라던 저녁해도 조금 뜯어다 넣고
골목을 뛰던 소리들도 다져넣으면
오늘이 부드럽게 익어간다
어둠을 담았던 가장 움푹한 그릇을 챙기며
선반 위에 낮게 깔리는 고요로 간을 맞추는
오늘의 요리, 빈방 가득 저녁이다



정복여님의 <아무도 없는 저녁을 위하여> 였습니다




오늘 하루, 또 지나온 한달로
요리를 한다면,
어떤 맛이 나올 거 같으세요?
새해의 희망 몇 줌,
열심히 달려온 수고도 조금,
원망과 불평의 잡티를 걸러내는 것도 잊지마시구요.
고요한 저녁 - 맛있게 익은 오늘을, 음미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