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가방의 무게
저녁스케치
2015.02.01
조회 567


길을 걷다가 문득, 앞서 걸어가는 학생을 보게 됐어요.
고등학생 쯤 됐을까..
보기에도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축 쳐진 어깨로 걸어가는데..
그 뒷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방의 무게와
인생의 무게는 정비례를 하는 거 같아요.
우리 인생에서
가방이 가장 무거웠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렇죠.
가장 무거운 가방을 들고다니던 때..
아마도 수험생 시절,
그리고 어린 아이를 키울 때.. 아닐까요.


공부할 게 많은 수험생은 교과서며 참고서가 잔뜩이고,
아이 엄마는 장난감에 분유통에, 물티슈, 갈아입을 옷까지,
무슨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짐이 한가득이지요.
가방의 무게만큼, 그 시절, 인생의 무게도 만만찮았습니다.
수험생이라는 중압감은 말할 것도 없구요.
어린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삶도 얼마나 고단하고, 고달픈 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일까요.
무겁던 가방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막상 은퇴를 하고,
아이들도 다 커서 떠나고 빈 둥지로 남게 될 즈음이면
오히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바쁘게 살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지요.
정비례하던 가방과 인생의 무게가
언제부턴가 반비례로 돌아서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가 지고 온... 내 인생의 가방을 살펴봅니다.
뭘 이렇게 많이 넣었을까,
쓸모없는 것도 많은데..
이걸 다 이고지고 오니 힘만 들고 사는 게 재미 없지..
이런 생각.. 들지 않으시나요?
채우기만 하던 가방을, 이젠, 하나둘.. 비워 내봅니다.
채워진 나이만큼, 조금씩 더 가볍게.
어떠신가요,
삶도, 마음도, 훨씬 홀가분해지는 거..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