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 (월) 겨울 나무
저녁스케치
2015.01.05
조회 629



설레임으로 반짝였던
봄을 보내고
뜨거웠던 태양빛에 맞섰던
푸르름을 내려놓고
자랑하며 맺었던 열매도 거두고

겨울, 그 새로운 시작 앞에서
처음처럼 나는
다시 가난해졌다.

화려하지 않아도
지나온 시간이 가르쳐 준
소중한 것들
마음에 고이고이 새기고
다시 또 가야할 새 길 앞에 섰다.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가라앉히고
다시 만날 봄

작은 새잎을 만날 꿈으로,
태양보다 더 싱그럽게 푸를 내 여름과
아름답게 열매 맺을 가을을 기대함으로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아
춥고 외롭더라도
다시 내딛는 걸음
기쁨의 첫걸음 내딛고
소망으로 채우며

이 겨울, 나는 그렇게 시작을 준비한다.

이제 내 몸에 굵은 자국 하나 또 남겠네




최아련님의 글이었습니다. <겨울 나무>




한해의 시작이 겨울이어서 다행이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모든 걸 다 비웠을 때,
모든 걸 다 내려놓을 때,
저 바닥까지 겸손해졌을 때 -
비로소 다시 채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
빈 가지로 흔들리는 겨울 나무가 알려주는 듯 합니다.